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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밤으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 '보늬밤'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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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았다.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주인공은 고향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소박하지만 정갈한 끼니를 만들어 먹게 되는데 그중에 '보늬밤'이라는 디저트가 아주 기억에 남았다.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아마도 처음 접해보는 것이어서 어떤 맛인지 매우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은 밤 맛이야 아주 잘 알지만, 속껍질채 설탕에 조려 숙성시켜 먹는 그 맛은 어떤 맛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가을만 되면 시댁에서 보내주시는 밤. 쪄먹을 때도 있지만 그 많은 밤을 계속 쪄먹진 못하고 김치냉장고 안에 둘때가 많다. 부지런하면 샥샥 까서 밥에 넣을 용으로 보관해 놔도 되는데 그리 부지런하진 못하다. 시댁에서 보내주신 밤으로 '보늬밤'만들기를 해보았다. 

 

보늬밤 만들기
1. 속껍질은 남긴채 겉껍질 까기

과도를 들고 밤 껍질을 벗긴다. 작업 전에 미지근한 물에 좀 담가놓으면 훨씬 까기 쉽다.

 

겉껍질은 단단하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칼을 든 손이 매우 빨개지고 어느 땐 물집이 잡힌 적도 있다. 그래서 고무장갑을 끼고 까기. 훨씬 낫다. 

 

겉껍질을 깔때 주의할 점은 속 껍질을 잘 남겨놔야 한다는 것. 실수로 조금이라도 속껍질이 벗겨지면 밤을 삶거나 조리는 과정에서 다 부서진다. 

 

속껍질은 연하기 때문에 조금만 스쳐도 벗겨지니 아주 집중력있게 깐다.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이걸 왜 시작했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나 보늬밤 맛을 보고 나면 매 해 만들고 있는 내 모습. 

 

볼에 점점 늘어나는 겉껍질 깐 밤들. 사실 이렇게 예쁘게 까도 끓이는 과정에서 부서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욕심내서 많이 까게 된다. 남편이 도와줘서 그나마 할만했다. 안 도와줬으면 허리도 아프고 손도 아프고 다리도 아플뻔했다. 

 

2. 베이킹소다 푼 물에 반나절 담가놓기

겉껍질 깐 밤을 베이킹소다 푼 물에 담가놓아야 한다. 속껍질엔 떫은 맛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베이킹소다는 꼭 식용으로 준비해야 한다. 

 

껍질 깐 밤이 1.2kg정도 되었는데, 충분히 잠길만한 물 높이에 베이킹소다 5스푼 정도 풀어 담가놓았다. 저녁쯤 밤껍데기를 까고 그대로 담가두었다가 그다음 날 요리했으니 반나절정도 담가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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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밤 끓이기

냄비에 밤을 넣고 끓여주는 과정이다. 30분씩 총 3번을 삶아준다. 

첫번째 삶을 때는 베이킹소다 담가둔 그 물 그대로 삶아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너무 휘저으며 삶으면 밤이 잘 부서지기 때문에 가끔 한 번씩만 살살 저어줬다. 처음 30분 삶고 나서는 밤 하나씩 약한 물줄기의 찬물에 헹궈가며 걸리적거리는 껍질이나 밤 한가운데 붙어 있는 기다랗고 두꺼운 까만 실 같은 것들을 제거해 주었다. 최대한 식감 좋게 만들기 위해서!

 

두 번째, 세 번째 역시 30분씩 삶아준다. 처음 물은 버리고 삶고, 또 버리고 삶는다. 어찌나 진한 갈색의 물이 나오는지, 밤 색깔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4. 밤 졸이기 (+물, 설탕, 술, 간장)

이제 밤을 달콤하게 졸이는 시간이다. 밤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끓기 시작하면 설탕을 넣어준다. 설탕은 밤 무게의 50프로만 넣어주었다. 50프로라고 하지만, 밤이 워낙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설탕을 저울로 재면서 이렇게나 많이 들어간다고? 하며 놀랐다. 설탕이 많이 들어갈수록 보관을 오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숙성시키기 전에 입으로 죄다 들어갈 것이 뻔하기에 50프로의 양을 넣어주었다. 

 

설탕 외에 진간장을 한 스푼 넣어주었고, 와인이나 럼주 같은 술을 넣어주면 좋다고 하는데, 집에 와인도, 럼도 없었다. 싱크대를 뒤적뒤적, 얼마 전에 산 봄베이사파이어가 눈에 띈다. 봄베이 사파이어는 진이라는 술인데 결과적으로 와인이나 럼주 대신 넣어도 무방한 것 같다. 맛이 아주 좋았으므로!

 

처음에 잠길 정도였던 설탕물이 절반보다 조금 더 많이 남았을 때 불을 꺼주었다. 

와인 대신 넣은 술, 봄베이 사파이어!

 

5.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기

다 조려진 밤을 유리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담기 전 끓는 물에 용기 소독은 필수! 소독된 유리용기에 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담고 설탕물도 함께 넣어준다. 뜨거운 채로 넣고 뚜껑을 닫고 뒤집어 두었다가 어느 정도 식으면 냉장고에 옮겨 보관했다. 

 

예쁜 밤 위주로 담았는데, 중간중간 보면 깨져있는 밤들도 여럿 보인다. 좀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흠이지만 맛은 똑같다. 통째로 먹는 게 더 입안 가득해서 맛있긴 하다. 

 

윤기 좌르르 한 보늬밤이다. 다른 분들이 한 거 보면 정말 매끈~하게 잘하셨던데 난 아직 조금 부족한 듯하다. 밤을 삶고 깨끗하게 물에 닦아내는 과정이 조금 부족했나 보다. 그래도 맛은 아주 좋았다. 속껍질이 남아 있는 채로 졸여서 쫀득하면서 달콤하고, 밤 향까지 나니 정말 정말 맛있다. 

 

간식으로 하나씩 먹어도 좋지만 달지 않은 와인이나 술을 먹을 때 안주로 조금씩 먹으면 달콤하고 향도 좋고 잘 어울린다. 

 

냉장고에서 숙성시켜 먹으면 밤 향이 더더욱 좋아진다는데, 숙성되기 전에 우리 가족 입으로 다 사라질듯하다. 지인들 선물로 조금씩 맛보시라고 선물하기도 했고! 

조만간 한번 더 만들 예정인데, 아마 밤을 꺼내기 시작하면 남편이 도망갈 것 같다. 또 까야 돼? 하면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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