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우리 햇살이와 달이. 어느덧 2학기 생활도 많이 지나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다.
햇살이와 달이 모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업식이 얼마 안 남았다니! 너희도 한 살, 엄마도 한.... 살 먹는구나.
1학년 학기 초 적응기간에 엄마 손을 잡고 교실 앞까지 갈 수 있었을 때, 제 몸집만한 책가방을 메고 복도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고 있는 달이의 모습이다. 모든 게 낯설 것 같아 걱정이 앞서는데 생각보다 씩씩하게 적응해 나갔다.
스스로 실내화를 갈아신고, 교실에 들어가 본인 책상을 찾아 앉는다. 의자에 겉옷을 벗어 걸고 옆에 책가방도 걸고, 책상 서랍 속 바구니를 꺼내 이것저것 해보며 선생님 말씀을 기다리던 달이의 모습. 아기 같은 모습만 가득했던 달이가 교실 속에 들어가 제 자리를, 제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안심되기도, 조금 뭉클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본인의 학교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학습, 놀이, 식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간다. 집에서 매일 보는 아이들이지만 학교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내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한데, 그것은 선생님과의 상담으로 어느 정도 풀 수 있다.
햇살이가 1학년 때는 한 학기에 한 번씩 학부모 상담주간이 있었다. 그러니까 한 학년에 두 번 정기상담이 있었던 것이다.
2학년 1학기 때도 상담주간에 상담을 했었는데, 2학기가 되고 교사 혹은 교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생긴 후로 정기 상담주간은 없어졌다.
대신, 수시로 원할 땐 언제든 선생님과 학부모가 시간을 조율하여 상담할 수 있는 수시 상담으로 변경되었다. 햇살이의 담임선생님과 통화하여 상담을 요청했고, 알림장을 통해 시간을 조율하여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굉장히 흔쾌하게 응해주셔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햇살이의 상담 이후, 학교종이 앱 제출게시판에 상담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점점 학부모의 상담 요청이 많아지니 아예 서류를 준비하여 올려주신 듯하다. 덕분에 둘째 달이의 담임선생님과는 별도의 통화 없이 간단히 신청하고, 시간조율까지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상담 요청을 드리고 상담날까지 이런 저런 질문거리와 고민되는 점, 궁금했던 점을 떠올려본다.
햇살이와 달이는 학년과 성별도 다르고 학습적인 면, 성격, 성향등도 달라서 디테일한 질문 거리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으나 큰 틀은 같다. 질문에 따라 햇살이와 달이의 담임 선생님이 각각 답변이 다르고, 또 파생되는 이야깃거리도 달라졌다.
1.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나 수업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싫어하는 활동이나 수업은 무엇인가요?
-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은 사실 엄마인 내가 모르진 않지만 학교 활동 중에서 아이가 흥미있어하는게 무엇인지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잘하는 것 위주로 말씀을 해주시다 보니 아이 칭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 또, 선생님께서 얼마나 아이들을 세심히 바라보고 계신지 알 수 있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한 교실에 아이들이 15명내외 정도이다 보니 생각보다 아이들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시고 비교적 성향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 듯하여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싫어하는 활동을 여쭤봄으로 인해 아이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흥미가 없을 경우 아이가 어떤 모습인지 파악하고자 했으나 두 아이 모두 선생님의 지도에 뭐든 열심히 따라와주신다고 말씀하시며 또 칭찬을 듣게 되어 안심되기도 했다. (집에서도 엄마의 지도에 좀... 잘 따라와 주길...)
-학습적인 부분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질문이기도 했는데, 특히 햇살이의 담임 선생님은 어느 과목의 어떤 단원, 특히 어떤 문제들에 약한 부분을 보이는지까지 세세히 말씀을 해주셔서 솔직히 말하면 좀 감동했다. 게다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기 위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계시는지까지 말씀을 해주셨다. 부족한 부분을 가정이나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선생님이 직접 채워주시려 하시니 사명감이 투철하신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거기에 발표는 잘하는지, 수업태도와 자세는 어떤지까지 대화가 이어져서 수업시간에 아이의 모습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
2. 쉬는 시간엔 주로 무엇을 하나요?
-햇살이와 달이가 다니는 학교는 1,2교시를 1블록으로 묶어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한다. 대신 1블록이 끝나면 30분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30분이면 뭐든 신명 나게 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했다.
성별이 다르다 보니 햇살이와 달이가 쉬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조금 달랐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 친구 관계는 어떠한가요?
-친구와 의견이 다르거나 갈등상황에서 본인의 의견을 내세우는 편인지 참는 편인지 먼저 여쭈었다. 예상한 대로 햇살이는 본인의 의견은 조금 참고 친구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준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그것이 억지로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대로 친구를 배려하는 행동이라는 말씀과 함께 햇살이가 한 번 양보하면 또 다른 친구가 한 번 양보하기 때문에 좋은 점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억지로 참고 스트레스받는 게 아니라서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꼭 본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싶을 땐 어떻게 말하면 좋은지 말씀해 주시며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라 하셨다. 달이는 본인 의견 표현은 확실하지만 친구들과 그것으로 인해 다투거나 문제가 생긴 적 없이 잘 조율하며 지내고 있다는 말씀을 전해주셔다.
-내 아이가, 혹은 내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친구는 없는지도 여쭈었다. 말을 거칠게 하거나 행동이 과격한 친구들이 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집에서는 말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지는 않은지 그냥 확인 차 여쭈었다. 또 내 아이가 온순한 성향이라고 알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본인도 모르는 새에 상처를 주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 아이는 그런 모습이 없는지도 함께 여쭈었다.
-여자친구들끼리, 혹인 남자친구들끼리의 기싸움은 없는지도 여쭈었다. 아직 어려서 이건 나도 생각 못했던 부분인데, 옆에 다른 학교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게 진정 1학년, 2학년 아이들의 모습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듣기 때문에 여쭈어봤다.
4. 당황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아이의 반응이 어떤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학교는 도와줄 엄마가 옆에 없는 공간이다. 또 도와줄 수 있다 해도 언제까지 도와줄 순 없는 법이고. 문제상황이 생겼을 때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대처를 해 나가는지 궁금했다. 선생님의 답변으로 내가 알고 있던 아이의 모습을 한번 더 정확히 확인했던 질문이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을 보완해 주고 가르쳐야 하는지 알게 됐던 질문이기도 했다.
5. 가정에서 따로 지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의 교육이 가장 우선시 된다고 생각한다. 거의 1년을 함께 지낸 선생님께서 바라보는 아이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고 교육하기 위해 해본 질문이다.
내가 질문했던 것들은 크게 이 정도이다. 큰 항목으로 따지자면 5가지 항목이지만 위에도 말했듯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덧붙여지고 파생되어 더 다양한 내용으로 상담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을 전해 들음으로 인해 내가 몰랐던 아이의 학교 생활을 조금이나마 알게 돼서 좋았던 것도 있고, 선생님의 여러 칭찬에 마음이 놓이는 것도 있었다. 또 아이의 성격이나 성향적인 부분에 관해 남편 말고 아이의 선생님과 함께 대화, 상담해 볼 수 있어서 도움도 많이 되었고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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